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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지천인데 왠 가점제? |
| [ 장용동 헤럴드경제신문 생활경제부장 2007-10-01 ] |
조회수 5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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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준다는 응급 처방을 내놓을 정도로 분양시장이 피폐해지는데 공급 방식만 더욱 까다로워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아파트가 부족한 게 아니라 넘쳐나는 상황 속에서 소비자나 주택건설업체가 분양에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형태로 가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공급주체인 주택건설업체의 경우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분양을 시도해봤자 초기 계약률이 10~20% 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오죽하면 청약 일정을 하루 정도 요식행위로 끝내버리고 예비 청약자를 모은 후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계약을 시도하는 이른바 ‘깜깜이’ 분양수법까지 등장하고 있겠는가. 자동차까지 경품으로 내걸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최악의 미분양 및 미입주 대란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와중에 청약가점제라는 복잡다단한 커드라인제를 도입, 비경제적인 일거리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부양가족 수와 무주택 기간 등 가점제 점수를 제대로 기입했는지를 따져 부적격자를 가려내야 하는 작업은 멀고도 험한 길일 수밖에 없다.
부양가족이나 무주택 기간을 계산할 때 일반적이지 않은 경우가 많고, 건교부 유권해석도 거쳐야 되기 때문에 적잖은 시간과 인력, 노력이 투입된다.
한화건설이 7월 초 인천 논현지구에 분양한 4226가구의 에크메트로의 경우 당첨자 발표 후 160명의 부적격자를 찾아내 이달 초 이 물량을 일반에게 공개 분양할 때까지 무려 한달 반 이상이 소요된 점을 감안하면 향후 가점제가 가져다줄 분양 복잡성으로 건설업체의 필요이상의 부담을 떠안게 될 전망이다.
게다가 재벌그룹 건설사인 S건설조차 미분양 매물이 무려 1조5000억원대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사업자금대출에 열을 올리던 금융권마저 앞다투어 대출금 회수에 나서는 최악의 경영환경이 다가오는 위기에 가점제는 또 하나의 허드렛일을 안겨준 꼴이 되고 있다.
그렇다면 주택 수요층은 가점제 실시로 득이 되고 있을까. 이 역시 부정적이다. 유망단지 아파트 당첨기회를 무주택자 등에게 많이 준다는 차원에서는 긍정적이나 복잡한 점수 계산과 인터넷 청약 등으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모델하우스마다 상담인원을 2~3배로 늘렸지만 난리북새통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79년에 도입된 아파트 청약제도는 너무 복잡해서 도대체 알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었다. 청약통장이 3가지로 다지화되어 있는 데다 청약예치금도 지역별로 제각각이다. 또 순위별 청약제도에 이어 지역우선, 특별공급, 1순위 제한, 채권 입찰 등 전문가조차 헛갈릴 정도로 복잡한 게 우리네 청약제도다. 여기에 무주택 기간과 통장가입 기간, 부양가족 수를 따져 점수화하다 보니 이제 고등수학이 아니라 고차원 방정식 정도를 알아야 아파트 청약이 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책상에서 대책과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정책의 체감도는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점제의 부작용은 향후 더욱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단지마다 커트라인이 매겨지는 결과를 초래해 인기단지와 비인기단지의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20점, 30점, 50점짜리 순으로 아파트단지의 등급이 매겨져 가격이 형성될 게 뻔하다. 이는 향후 분양권의 음성적 뒷거래로 이어질 것이다. 돈 없는 우선 당첨자와 돈 있는 무자격자 간의 매매거래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가점제와 추첨제를 병행하면서 가점제에서 떨어지고 추첨제에서 당첨되는 이상한 상황과 부적격자 및 미분양 물량의 순차적 처리 등에서도 민원이 속출, 포퓰리즘적 규제가 얼마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실감케 될 것이다.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임대한다는 단세포적 정책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총체적으로 주택정책을 재검토,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ch100@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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