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동 재건축 분쟁도, 리모델링이 해안

서울 송파구 풍납동 문화재 보호구역 내 미성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7월 28일 리모델링 사업 추진을 위한 주민총회를 열고, 주민투표를 통해 시공사를 대림산업(주)로 선정하였다.  이는 풍납토성 내에서 이루어진 첫 번째 리모델링 사례가 될 것으로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풍납토성은 지난 1999년 경당지구 재건축 공사 도중 여러 점의 고대 유물들이 발굴되면서 역사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주요 유물로는 궁중의 제사 제물로 사용된 듯한 말 머리 뻐 여섯 점과, 우물 정(井)자와 지아비 부(夫)자가 새겨진 토기들, 대형 목조건물의 것으로 추정되는 기와조각 및 주추돌, 성의 외곽에서 발견된 목조우물 등이 있다. 역사학자들은 지금까지 발견된 유물의 정황으로 볼 때, 풍납토성이 잃어버린 고대 한성백제의 위례성이 분명하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으고 있다. 이에 지난 2001년 문화재관리청과 송파구청이 풍납토성 내부를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본격적인 유물 보존 작업에 들어갔다. 삼국사기에서는 위례성이 고대 한성백제의 500년 수도라고 기록하고 있으나, 그 동안 그 실체를 확인할 방법이 없어 우리 나라 역사의 오랜 미스터리 중의 하나로만 인식되어 왔다.

현재 풍납토성 내에서는 문화재 보호 구역이라는 제약 때문에 지하 2m이상 땅을 파낼 수 없고 지상 5층 이상의 신축건물 또한 세울 수 없는 상태다. 성 내 어느 곳에서라도 땅을 파기만 하면 유물이 마구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문화재관리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건축연한이 15~20년 이상 되는 노후 아파트들이 점차 생겨나고, 입지여건도 몹시 나빠지면서 재건축에 대한 주민 열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1년 5월에는 풍납토성 내 경당지구 재건축 주민들이 굴삭기를 동원, 유적를 무단으로 파괴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정부와 역사학계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풍납토성 내 재건축 대상 아파트 주민들과 문화재관리청이 무려 7년 동안이나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아직까지 뾰족한 해결책이 제시 되지 못한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가운데, 이를 조율할 마땅한 해결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풍납토성 내 모든 주민들을 성 외곽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현실적으로 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유물들의 고고학적 가치를 따져 볼 때, 주민들의 개발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주장도 공론화 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번 풍납동 미성아파트의 리모델링사업 추진 결정은 과연 이 지역의 갈등구조를 해소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풍납동 미성아파트는 지하1층 지상 11층 4개동 총 275세대로 구성된 저밀도 아파트다. 건축연한이 20년이나 되어서 주민 생활여건이 많이 불편한 곳이다. 주민들은 재건축에 대한 아쉬움이 다 가신 것은 아니지만 리모델링을 통해서 단기간에 주거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다면 나쁠 것도 없다는 반응이다. 어차피 재건축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어려울 바에야 사업시행이 가능한 리모델링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장기적으로 주민들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주)의 한 관계자는 증축형태가 아닌 대수선형태의 리모델링은 사업승인을 얻어내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수선 리모델링의 경우 터파기 공사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되어서 대지 회손의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증축공사의 기초단계에서 콘크리트 파일을 박는 일반적인 건축공법 대신 스프링형태의 내진설계로 지하공간을 해치지 않는 특수공법을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이며, 문화재청의 허가를 얻어내었다. 이는 국내에서는 한번도 시공된적이 없는 특수공법으로서 대림산업은 이 공법에 대한 특허를 준비 중에 있으며, 2007년 건교부가 지정하는 신기술로 등록할 예정이다.

미성아파트 주민들을 리모델링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바로 재건축 아파트에 비해 전혀 뒤떨어 지지 않는 리모델링 아파트의 주거 품질이다. 대림산업(주)에서 제시한 설계안에 따르면, 현재의 비효율적인 아파트 내부 평면 구조를 최신 트렌드에 걸 맞게 공간배치를 재구성 할 뿐만 아니라 층별로 길게 늘어선 공용복도를 계단형으로 전환함으로써 전용면적을 3~4평정도 확장한다는 복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친환경 마감재 사용과 최고 등급의 에너지 효율 관리 시스템을 적용시킬 뿐만 아니라 유비쿼터스 방식의 통신인프라를 구축, 환경(Environment), 에너지(Energy), 첨단(High-Tech)의 3박자를 두루 갖출 수 있도록 시공하게 된다.

전용공간 부문의 개선 외에도 기존 지하 1층을 선큰(Sunken)가든 및 헬스장, 실버클럽, 정보검색실, 커뮤니티 시설, 골프연습장 등의 공용 편의시설로 활용할 수가 있다. 반면, 주차시설을 지하화 하지 못함에 따라서 발생하는 지상공간의 제약성이 문제시 될 수 있으나 지상 주차장 상단에 스카이 테크 2기를 설치하여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하고 동시에 엘리베이터 전망대 및 아름다운 옥상정원을 설치, 탁 트인 한강 전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이러한 난제를 최대한 극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또 다른 설계 상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세련된 이미지의 아파트 외관과 함께 풍납토성의 고풍스런 이미지를 조화롭게 잘 형상화한 입체 조경시설이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고대 백제인의 기상을 상징하는 말발굽 모양의 조형물을 설치할 뿐만 아니라 단지 내 주차시설에 잔디를 입힌 반구형(Dome) 테크를 사방으로 설치, 풍납토성의 요새적 이미지를 그대로 재현해 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차별화된 단지 설계는 송파구청의 문화재 보호 공원 계획과 발 맞추어, 새로운 형태의 주거문화공간으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산업(주) 리모델링사업부의 한상원 차장은 "리모델링 기술은 증축을 하지 않고서도 더 넓은 활용공간을 창출해 내는 것에 그 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향후 풍납동 미성아파트 리모델링 공사가 완공되면, 주변 단지들도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